[강의][서평] 신영복 [이수호의 내 인생의 책]

경향신문 ③강의 - 신영복 [이수호의 내 인생의 책] 이수호 | 전태일재단 이사장 입력 2018.12.11. 22:40 수정 2018.12.11. 22:53 2012년 12월19일 밤은 몹시 추웠고 우울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고 나는 서울시 교육감선거에서 떨어졌다. 나는 내 실패보다 문재인이 떨어진 것이 더 아팠다. 내 아픈 마음을 위로하려고 많은 분들이 전화를 했는데 수도권 대학의 총장인 후배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위원장님 머리도 식힐 겸 저희 대학에 와서 강의를 좀 해주시죠. 특별한 대우는 못해드리지만 젊은 학생들 만나면 새 힘이 나실 거예요” 하는 것이었다. 정성으로 권하는 후배 총장의 마음도 고마웠지만, 오랜만에 젊고 풋풋한 학생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덜컥 승낙해버렸다. 인문학 교양강좌로 교재와 내용은 자유롭게 알아서 하라는 말에 만만하게 생각했으나, 구체적인 강의계획서를 내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을 방문하고 친구 교수로부터 조언을 듣고 드디어 교재를 선택했다. 신영복의 <강의>였다. 내가 감옥살이를 하며 읽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깊은 감명을 주었지만, 성공회대 교수 시절 강의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출판한 <강의>는 따라 읽으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아주 좋은 동양철학 입문서였다. 내가 나름대로 알고 있었던 고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좋았다. 나는 이 책을 가지고 젊은 친구들과 같이 읽으며 시경·서경은 말할 것도 없고 논어·맹자·노자·장자를 다시 만나고, 묵자·순자·한비자를 새롭게 알게 됐다. 다양한 예시 문장을 통해 관계론적 사고를 재조명할 수 있도록 구성한 내용은, 거칠어진 내 마음밭에 촉촉이 내리는 단비와 같았다. 대학 강의는 1년 만에 끝났지만 신영복의 <강의>는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이수호 |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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