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더불어숲 통(通) 39호_5,6,7/21

더불어숲 시론

 

 

조국으로 조국이 갈라진 이유

 

김진업 더불어숲 이사. 성공회대 교수

 

여러 장관후보자들이 있는데 왜 하필 조국만을 이야기하게 되었는지는 알 필요가 없다. 모두가 조국을 문제 삼으니 나도 조국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나라가 갈라졌다. 사퇴하라는 사람과 힘내라는 사람으로 갈라졌다.

왜 남북한이 전쟁을 했는지는 알 필요가 없다. 모두에게 전쟁이 나쁜 것이니 나도 그것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남북한이 갈라졌다. 조국해방을 위해서 불가피했다는 북한사람과 전쟁을 반대하는 남한사람으로 갈라졌다.

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는지는 알 필요가 없다. 모두가 핵에 반대하니 나도 그럴 뿐이다. 그래서 세계가 갈라졌다. 미국의 핵을 문제 삼아 북한핵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핵 자체가 문제라며 북한핵을 폐기하라는 사람들로 갈라졌다.

왜 그 주제가 주어졌는지를 생각지 않고 스스로 토론에 뛰어드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민감한 주제일수록 더 그렇다. 토론에 뛰어드는 자기 자신을 자유로운 주체로 여기는 일도 아주 흔한 일이다. 자유롭게 말하는 나는 생각의 주체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의 주제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며 토론에 사용되는 말들도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선택하고 만든 것이며, 사회에는 아직까지도 물밑에서 지배하는 중심세력이 있다. 토론의 주제와 토론에 사용되는 말들은 사회의 중심을 차지한 사람들이 선택하고 만든 것이다. 주어진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 왜 그 주제가 선택되었는지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말을 배우려고만 할 뿐 말이 만들어진 이유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알아채지 못하면 엄마나 아빠의 생각을 자기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는 어린아이로 살기 쉽다. 중심을 이루는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없는 무모한 짓이지만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은 사춘기의 반항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생각하는 대로 살려면, 대세가 된 조국 이야기에 함께 뛰어들기 전에 누가 왜 조국을 이야기하자고 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서로 갈라져 싸우기 전에 조국이 갈라지게 된 원인을 따져 물어야 한다.

-family:함초롬바탕;mso-font-width:100%;letter-spacing:0.0pt;mso-text-raise:0.0pt;">. 중심을 이루는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없는 무모한 짓이지만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은 사춘기의 반항이다상세정보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