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더불어숲 통(通) 40호_4,5,6,7,8/29

더불어숲 시론

 

그 검사 이야기

 

배기표 ()더불어숲 이사

 

 

그 표현은 빼도 좋았겠어.”

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서너 명 함께 있는 자리에서 <청구회 추억>에 대한 대화 중 나온 말씀이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 문제(?)의 표현은 <청구회 추억>에 나오는 '반지 낀 손'이라는 부분이었다. 그 표현이 들어간 앞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중앙정보부에서 심문을 받고 있을 때의 일이다.

'청구회'의 정체와 회원의 명단을 대라는 추상같은 호령 앞에서 나는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중략)

그후 나는 서울지방법원 8호 검사실에서 또 한 번 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청구회 노래'인가?"

검사의 반지 낀 손에 한 장의 종이가 들려져 있었다. 거기 내가 지은 우리 꼬마들의 노래가 적혀 있었다. (청구회 노래 가사 중략)

여기서 '주먹 쥐고'라는 것은 국가 변란을 노리는 폭력과 파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추궁을 받았다.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폭력의 준비를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끈질긴 심문이었다

내가 겪은 최대의 곤혹은 이번의 전 수사과정과 판결에 일관되고 있는 이러한 억지와 견강부회였다. 이러한 사례를 나는 법리해석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 그 자체의 가공할 일면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는 특정한 개인의 불행과 곤혹에 그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성이 복재(伏在)하고 있는 것이다.

(<청구회추억> 중에서)

*****

 

아니 대체 '검사의 반지 낀 손'이라는 표현 어디가 선생님은 걸리셨던 걸까?

선생님의 말씀인즉, 그 반지는 ROCT 반지인데, 그 검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는 말씀이셨다. 선생님의 이어진 설명을 듣고도 단번에 그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었다. 조금은 지나친 배려가 아닐까 생각했다. <청구회 추억>을 읽는 독자들이 그 반지가 ROCT 반지임을 알리도 없고, 설령 알더라도 그 검사가 누군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그 검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날 집에 돌아와 선생님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처음엔 그 검사의 실명을 밝히고, 이후 어떻게 승승장구했는지, 사명과 양심을 팔아 어떠한 권력과 부를 누렸는지 드러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금씩 선생님의 그 말씀엔 인간-설령 나쁘다 하더라도-을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녹아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한 개인에 대한 평가 너머에 있는 사회적 의미에 주목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선생님의 깊은 뜻을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최근 검사, 검찰청,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로 온 나라가 뜨겁다. 그동안 자신들이 누려온 가공할 권력을 온존하려는 정치검사들이 그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 탓이다. 헌법전문에 나온 어휘를 빌려 말하면, 그들 스스로 사회적 폐습이었음을 증명하면서, ‘민주개혁의 사명에 완고한 장벽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떡검이니 색검이니 하는 아이들 볼까 부끄러운 말들을 뉴스에서 보지 않기를 바란다. 더 이상 김기춘, 우병우 같은 정치검사들에 의하여 강기훈, 노무현 대통령처럼 희생되는 분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죄를 범하고, 불법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단죄없이 계속하여 권력과 부를 누리는 저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참담함을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겪지 않기를 바란다. 더 이상은 썩은 사과 같은 '정치검사'들이 검찰조직과 사법체계와 이 나라를 썩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길게 보면서 먼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 길에 동행할 것을 약속드리지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기며 토요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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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길게 보면서 먼 길을 함께 걸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 길에 동행할 것을 약속드리지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기며 토요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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