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더불어숲 통(通) 40호_24,25,26,27,28,29/29

내가 만난 신영복

 

 

메모, 통화, 청강

 

정은숙 (더불어숲 페이스북 독자)

 

 

신영복 교수님과의 인연, 제자가 되었던, 그래서 교수님이라 호칭하게 된 인연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음악학원 강사로만 20년 넘게 지금까지 하고 있는 정은숙이라고 합니다. 2007년 쯤 교수님을 뵙고 교수님 수업을 어린 대학생들과 듣게 된 이야기입니다.

 

 

12년 전 음악학원에 반주법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학교가 성공회대학교 해서 귀가 번쩍!!

와우! 거기 신영복 선생님 계시지?”

. 수업하고 계시죠.”

그 대화 이후 부풀게 된 마음에 다음 날 학원 근무 전 오전에 음료수 박스를 사들고 무작정 성공회대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주차를 하고 학교 경비 보시는 분께 신영복 교수님 뵈러 왔다고 했더니 지금은 학교에 안 계신다고 하셔서 낙담 ㅠㅠ

그럼 이 음료수만 두고 갈 수 있을까요?” 하고 간곡히 부탁 드렸더니  따라오라고 하시며 교수님 방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조용히 음료수 박스를 내려놓고도 미련이 남아 교수님 방에 있던 메모지에 짧은 메모를 써서 탁자위에 올려놓고 나왔습니다.

 

17살 때 선생님 책을 만나 선생님 책으로 인생관을 세우고,

그 덕분에 힘든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정은숙 000-000-0000

 

다음날, 바람은 있었지만 기대는 하지 못했던 연락이 왔습니다. 교수님께서 직접 전화를 해 주셨습니다. 흔쾌히 강의를 들어도 된다는 허락과 강의료는 없다는  따뜻한 배려까지.

무슨 강의를 하시는지도 몰랐고, 그냥 교수님 수업을 무조건 듣고 싶단 마음뿐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강의 과목은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다시 읽기>, 성공회대 학생들에겐 교양과목으로 학점이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그 과목을 청강하며 교수님의 제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처음 전화를 걸어 주셔서 "신영복입니다"란 교수님 목소리를 듣던 순간, 그 놀라움과 벅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반인으로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님 수업을 듣던 그 행복했던 순간들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책으로 만난 교수님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큰 존재였는데 강의실의 교수님 모습은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고 자상한 말투에 늘 미소를  띄고 있던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강의 내용은 너무도 많이 읽고 읽었던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이었지만, 교수님께 직접 듣는 주제에 대한 설명, 감옥 생활 이야기는 또 다른 울림이었습니다.

교수님은 편지를 쓸 때 밤새 정리해둔 생각들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한 번에 써 내려갔다고, 그 만큼 당시는 기억력이 좋으셨다고 자랑하시며 맑게 웃으시던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교수님을 무작정 찾아간 것, 제 인생에서 잘한 일 중 으뜸으로 꼽힙니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었는지.... 대신 사진 한 장 같이 찍지 못했던 것은 제일 후회가 됩니다. ㅠㅠㅠ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숲의 소식을 받아보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아 교수님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직접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교수님을 무작정 찾아간 것, 제 인생에서 잘한 일 중 으뜸으로 꼽힙니다.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었는지.... 대신 사진 한 장 같이 찍지 못했던 것은 제일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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